상상보다 훨씬 어두운 이야기. 어쩌면 대영제국 프로파간다. 완독 후 읽는 해설이 압권이었다. 모글리라는 인간 혹은 영국인이 지닌 영웅적 면모에 오소소 소름이 돋다가도, '정글'에도 '마을'에도 속하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모글리를 보고 있자면 키플링을 단순히 제국주의자로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모글리는 이야기가 끝난 뒤, 훗날 성인이 되어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인간 사회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키플링은 명확히 적어둔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104p)' 아이의 마음으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본다는 것이 마냥 아름답고 예쁜 것이라 여겨본 적 없다. 오히려 믿었던 세상에 배신 당하며, 낯설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쪽이 더 가깝다 여긴다. 성장은 크고 작은 배신의 연속이니까. 그 틈에 겪는 혼란은 아직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방증한다. 키플링이 진실로 원했을 모글리의 성장 후 모습이 정말 제국의 선민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