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내가 소설 '정글북'에 대해서는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늑대소년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정글북'은 내가 생각한 정글북 이야기인 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 외에 다른 소설들도 실려있는, 일종의 소설집이었다.
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나 하얀 물개 코틱의 모험, 리키티키타비의 코블라와의 싸움은 나름 괜찮았다. 동물들의 관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발상이 신선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그러나..마지막 두가지 이야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코끼리들의 투마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아서, 이 소설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라고 쓴 것일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여왕폐하의 신하들"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동물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씁쓸했다. 인간에게 붙잡혀 사육당하고 길들여져 지배당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뒤이은 작품 해설을 읽으며 내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확인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반성하기도 했다. 책이나 작품에는 여러 특징이나 매력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부분의 장점이나 매력까지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사고방식을 말이다.
분명 이 책 전반적으로 스며들어있는 가치관은 내게 거부감을 준다. 그렇지만 그런 요소를 배제했을 때, 흥미롭게 읽고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거부감을 준 부분에 집중하느라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놓칠 뻔 했다.
어린시절 동화같은 이야기로 기억하던 책이, 어른이 되어 읽으니 참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품해설을 읽고, 그나마 소설 '정글북'의 매력을 조금은 알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