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속 채 단단해지지 못한 주인공은 이 사랑, 저 사랑을 향해 내달린다. 동경과 사랑의 구분이 모호하고, 혼란 속에서 내가 나 하나로서 존립할 수 없다는 데에 오는 쓸쓸함을 성적 충동으로 메꾸기도 한다.
한 해 동안 이 영화 얘기를 다양한 사람들과 나눴는데, 누군가는 이 사람이 ‘나를 너무 사랑해서’ 타인을 ‘잘’ 사랑하지 못한다 했는데 그와 반대로 난 이 사람이 ‘내가 너무 싫어서’ 사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어쩌면 자기애와 자기혐오는 같은 말일지도?
본인이 처한 상황/나이/시기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이 영화속에서 난 내 20대를 투영하여 보았다. 마지막 장면 주인공의 애인 유무는 모르겠으나 한층 단단해진 눈빛이 좋았다.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왜 자신을 그렇게나 미워했으며 그 미움 저변에 꽁꽁 싸매고 있었던 건 사랑일지 죄의식일지 전혀 다른 무언가 있었나 돌이켜본다. 작년에 이 영화 보았다. 올해도 앞으로도 방향키 잘 잡고 나아가고 싶다 나도.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재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