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낳은 것은 남편이 원해서였지만, 장래에 나를 보살펴줄 살아있는 가전제품 같은 존재를 하나 만들어두면 훗날 편하리라 생각한 것도 크다. 요컨대 노후를 위한 가축. 그것이 딸이었다.
막상 낳고 보니 내가 가축이었다. 남편에게 나는 오래되고 더럽기는 해도 성욕 처리가 가능힌며, 가만히 두면 집안일을 해주는 피와 살을 지닌 도구였다. 딸은 나를 이용해 성욕을 처리하는 일은 없지만, 아무리 성장해도 당연하다는 얼굴로 나를 계속 부려먹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래에는 딸이 우리의 도구가 된다. 그것만이 마음의 버팀목이다.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