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늙는다. 물론 청년도 늙는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사랑이 늙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진부한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청년도 내 안에는 있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서 황폐한 성가대석과 저무는 해와 하얀 잿더미들을 보게 될 날이 그리 천천히 오지는 않을 것임을 알아차린 시인도 내 안에 있다. 나는 내 안의 청년에게 이 시를 읽어주면서 삶을 더 사랑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그 청년은 고집이 세고 기억력도 나쁘다. 셰익스피어가 옳다. 그가 언제 틀린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