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였으면 이 글은여기서 끝나야 한다. 그러나 대상이 최승자이므로, 나는 한번 더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패배라고 해도 좋은가? 그 대가로 그가 세기말의 세계적 위기와 연동된 정신적 위기 국면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그가 새롭게 도달한 고향에서 안정을 얻고 새로운 세기를 아픔 없이 맞이할 수 있었다면? 나는 21세기의 최승자에 대해서도 그가 출간한 세 권의 시집보다는 그의 육체적·정신적 안부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까 그가 사랑을 받고 있느냐 하는 것 말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건 신이건, 그가 ‘존재론적 정착‘에 성공했기를 바란다. 시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사랑을 얻었으면 그만이다. 최승자는 언제나 살기 위해 썼지 쓰기 위해 살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