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돌아가신 선친의 유산은 술과 옷가지가 전부다. 빈집에서 그 아버지의 옷들을 걸쳐 입고 베란당[ 쪼그려앉은 아들이 있다. 그는 지금 외로울까. 그럴 것이다. 그런 그가 실란 줄기를 기어오르는 개미를 보고 있다. (......)
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 빚은 일종의 정지상태라는 것. 그 추억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다. 개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아버지를 비로소 떠나보냈고, 외로움은 환해져 홀로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나는 아직도 홀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