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천창 아래 함께 앉아 코코아를 마시며 커다란 파운드케이크를 나눠 먹는 일, 마루에 놓인 침낭 위에 올빼미처럼 앉아 그들을 둘러 싼 수많은 책들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는 마법 같은 느낌이 있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문 닫힌 서점 안에 있는 책들이 언제일지 모를 독자와의 만남을 조용히 기다리는 그 순간이 바로 영원이 아닐 까 싶었다. 코코아가 묻은 코로 새어나오는 웃음, 어린 시절의 추억, 완벽한 행복이 손끝에 스치는 느낌. 올리버 트위스트의 망원경을 통해 보는 카시오페이아자리처럼 완벽한 순간. 마법 같은 밤. - 1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