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필요한 만큼의 허구를 더해서 자신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이 한 시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일이 되도록 했다. p.275.
대표작 세 편은 각각 한국전쟁에서부터 개발독재 시대로 이어지는 어떤 욕망의 뿌리를, 산업화와 더불어 도래한 대중사회가 지핀 병리적인 욕망의 메커니즘을, 민주화 시대의 숭고한 희생들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복구불가의 상처를 그린다. (중략) 역사는 세상의 길 위에서도 흐르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도 흐른다. 이 마음의 역사를 소설가가 아니면 누가 기록할 것인다. (중략) 선생의 소설이야말로 마음의 역사학,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이름에 적실하게 부합하지 않는가. p.277.
선생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다 문학이 되었다. 그 손으로 선생은 지난 사십 년간 역사와 풍속과 인간을 장악해왔다. 그 책들을 읽으며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부끄러워했고 살아갈 날들 앞에 겸허해졌다.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