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18p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건 놀라운 말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말이더라.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해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 줄리아는 그냥 이 사실을 말한 거야. 다만 이십 년 빨리 말했을 뿐. 그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한 거야. 34p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35p
<이토록 평범한 미래>
아까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88p <진주의 결말>
간단해. 헤어질 때는 헤어지는 일에만 집중할 것. 사랑할 때 그랬듯이. 113p
이십대 초반이 될 때까지 그 존재조차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이 서로 만나고도 사랑하게 될 줄을 알지 못하다가, 십 년쯤 뒤에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또 그렇게 몇십 년을 함께 살다가 헤어진 과정에 대해. 126p <비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애써. 사전에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무엇도 이룰 것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하지 않는 사이. 187p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 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 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게 때문에 유죄다. 196p <사랑의 단상 2014>
비교적 최근에 완성된 김연수의 소설집이지만 많은 이야기중에 역시나 쉽게 읽히는 편과 어려운 편이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사랑할 자극을 엄청나게 받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