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방들
시기,질투, 질타, 분노 등의 어찌보면 옹졸하고 어찌보면 괘씸한 상황을 연상시키는 이 단어들은 공통된 점이 있다. 날 것의 나를 보이게 한다는 점. 보이고 싶지 않아 잊으려 하고 가장 내 감정의 밑바닥에 숨겨놓았지만 한 순간에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엘레베이터에 탄 승객. 이 이야기의 ‘나’는 친정어머니 집에서 분가때를 위한 돈을 모으고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앞집의 철이 엄마와 같은 것을 쓰고 같은 가구를 집에 배치하고 같은 벽지를 칠하며 누가 무엇을 하면 시기를 하고 따라하며 우월감을 훔쳐가는 삶. 그 지루하고도 뻔한 삶속에서 미쳐가는 생활이 지속되다 타인의 것을 과감히 훔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만나버리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이야기. 두렵고 이상하고 괴상하지만 이해되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박완서 작가가 인간의 어떤 욕망을 끌어낸걸까? 하는 탄성을 흘렸다. 내 안에서 작가가 찾아주실 걸까, 만들어낸 걸까? 이야기의 ‘나’의 잘잘못을 따질 새가 없다. 나는 ‘나’보다 나에게 관심이 생긴다. 나도 모르는 이 감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