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남자애가 중학생이 되어 우리집에 찾아와 인형과 편지를 주고 고백했던 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 소위 좀 노는 애가 됐는데, 머리에 무스를 발라 넘기고, 옷도 어른처럼 입고 다녔다. 편지에 내 고백을 받아준다면, 동네 레스토랑으로 오라고 써있었다. 그 레스토랑은 큰 사거리 2층에 있던 곳으로 칸막이가 있는, 대낮에도 조명이 어두침침한 곳이었다. 난 너무 무섭지만 그 아이가 싫지 않았기에 약속 장소로 갔지만, 문 앞에서 서성이다 나쁜짓을 하는것 같아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동창모임에서 그 아이를 봤는데, 동창 중 다른 여자아이랑 사귀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내 감정이 생각보다 덤덤하여 나도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