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정신을 쏟으려고 하면 할수록 잡생각만 많아졌다. 그래서 톰은 결국 한숨을 내쉬고 하품을 하면서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점심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공기가 무척이나 답답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졸린 날 중에서도 가장 졸린 날이었다. 스물다섯 명의 어린 학자들이 책에 코를 박고 꾸벅이며 중얼대는 소리가 벌들이 윙윙대며 거는 주문처럼 톰의 영혼을 달래주었다. 저 멀리 뙤약볕 아래서는 카디프 언덕이 엷은 자줏빛을 머금은 채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연둣빛 옆구리를 살포시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에는 새들이 한가롭게 날갯짓을 하며 떠다녔다. 그 밖에 눈에 띄는 생명체라고는 소 몇 마리가 전부였는데 그나마 잠들어 있었다 - <톰 소여의 모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8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