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는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열쇠공이었던 팔십대 노인 레오 거스키, 세상을 떠난 아빠가 엄마에게 준 책 『사랑의 역사』 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딴 이름을 가진 열네 살 소녀 앨마 싱어, 칠레에서 살다가 죽은 레오 거스키의 고향 친구이며 스페인어로 『사랑의 역사』 를 출간한 즈비 리트비노프 세 사람의 이야기로 엮여 있다.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른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세 사람을 이어주는 끈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설 『사랑의 역사』 이다.
아빠를 읽은 상실감을 간직하고 사는 번역가로 일하는 엄마 그리고 엉뚱한 남동생 이매뉴얼 하임과 살고 있던 앨마 싱어는 엄마에게 즈비 리트비노프라는 무명 작가의 책 『사랑의 역사』 의 번역을 요청한 제이컵 마커스라는 인물이 엄마를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엄마에게 보낸 편지와 엄마가 번역한 책의 번역본을 살펴보다가 자신에게 이름을 준 인물인 소설 속의 앨마 메러민스키가 실존 인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영국계 유대인 어머니와 미국계 유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 크라우스는 슬픔과 고독 그리고 쓸쓸함을 담고 있는 ‘사랑의 역사’속 슬픔의 시작을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의 비극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데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의 집과 가족들, 사랑했던 한 소녀를 잃고 자신의 아들 앞에도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평생을 홀로 살아 온 레오 거스키라는 인물의 삶이 역사의 슬픔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생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가졌던 순간보다 무언가를 상실했던 순간이 더 많았던 삶의 끝자락에 있는 레오 거스키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과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가기 시작하는 앨마 싱어, 평생을 사랑한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시작된 『사랑의 역사』 가 자신과 같은 이름을 먼저 사용한 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앨마 싱어의 남동생 하임의 엉뚱한 착각에서 비롯된 두 사람에게 가져 올 기적처럼 특별한 순간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2022년의 마지막 책으로 잘 어울리는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