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우주에 가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게다가 달 과학을 한다니, 살아생전에 못 간다면 죽어서 뼛가루라도 달에 뿌려지길 바랄 사람이 아닌가! 흠. 뼛가루가 되어서라면 모를까 살아서는 가고 싶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열 몇 시간. 비좁은 좌석에 스스로 갇힌 채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꾸벅꾸벅 졸다 깨서 숫자 퍼즐 전문가 단계를 수십 판 깬 뒤에도 여전히 구름이 발아래 펼쳐져 있으면 옆자리 승객의 눈치를 보며 한껏 내적 몸부림을 쳐보는 나다. 이봐요, 이 상태로 지구에서 달까지 간다고요? 저 여기서 좀 내릴게요. 그래요, 지금 당장요. 약은 약사에게, 과학은 과학자에게, 그리고 탐험은 탐험가에게 맡깁시다. 저의 지구력은 지구에서만 발휘할 수 있거든요.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