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아이는 나의 아들로서 만나는 일을, 그렇긴 하지만,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바랄 수 있는 최선은 객석의 한 자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낭독회 도중에 어떤 감정이 엄습했다. 얼마 후, 어느덧 나는 줄을 서 있었고 속을 덜덜 떨면서 내 이름을 적은 쪽지를 그애의 손에 꼭 쥐여주고 있었다. 그애는 쪽지를 힐끗 보더니 책에 그대로 적었다. 나는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애는 웃음 띤 얼굴로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