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지만 지금도 세상은 나의 유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베트남전이 일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선생님에게서 위선과 악의를 배워가며 이형렬들은 군대에서애인을 구하고 뉴스타일양장점의 계는 깨졌다가 다시 시작되며신분 상승을 위한 미스 리의 탐색이 반복되는 한편에서 광진테라아줌마는 둘째 아이를 가짐으로써 뒤웅박 팔자 속에 구덩이를 판다. 정여사 아줌마의 남편들은 아직도 감옥에 있으며 유지공장의불 같은 뜻밖의 재난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가고그 사고는 이내 잊혀진 뒤 반복되며 사고가 잊혀진 뒤까지도 그때대동병원이 번 돈처럼 돈들은 증식을 계속한다.
그때 젊은이였던 이들이 장년이 된 지금도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탄식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사랑은여전히 배신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 내 곁에서 침대에 엎드려 텔레비전에 눈을 주고 있는 저 사람, 그는 나의 하나뿐인 열두 살 아래 여동생의 지도교수이자 첫사랑이다. 사랑이 여전히 배신에서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나를 안심시킨다. 만약 사랑이 무겁고 엄숙한 것이었다면 나는 열두 살 그때처럼 상처의 내압을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