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살 딸에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동심파괴와 팩폭을 날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몇가지는 고의로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첫번째는 엄마는 사는 것 자체에 겁이 엄청 많은 사람이라는 것과 두번째로는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정말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그게 사랑정도면 괜찮겠는데 점점 사랑따위에 이르니게 되니까 얼마나 많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내 앞을 다투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짐짓 모른 척, 아닌 척하고 있다가도 소설속에서 이렇게 모두를 마주할 때면 죄짓고 도망치던 죄인의 목덜미가 잡힌 듯이 등골이 서늘하다. 애써 숨긴 면면을 다 들켜버린 것만 같으니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선택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내가 달리 어쩔 수 있었겠어."라던 선애누나의 말처럼, 매번 순순히 불가항력을 인정하면서 나날을 꿰어 사는 게 어른의 직업인가 싶고. 착잡하다가도 또 오기가 생기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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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평론가와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 덕분에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 나는 좋았다. 딱히 즐거울 일(?)없는 이야기였을지언정 경쾌한 리듬을 타는 문체가 가독성을 높여주어 신나게 읽어내렸다. 표지는 특히 취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