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소년이었던 남자,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남자가 그 약속을 지킨 것은 고집스러워서도 심지어는 충실해서도 아니었다.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삼 년 반을 숨어 지내고 나니,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들에게 품은 사랑을 숨기는 것이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하니뿐인 사랑일 여자를 위해 그래야 한다면. 어쨋거나, 완전히 사라져버린 남자에게 한 가지를 더 숨기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어딘가에 말하고 싶다. 용서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그렇긴 하지만 살면서 분노를 억누르디 못했건 때가, 아니 여러 해가 있었다. ...... 바깥에 서 있는 그것을 안으로 불러들였가. 세상을 향해 인상을 썼다. 그러자 세상도 내게 인상을 썼다.
나는 남자의 책장을 부지런히 훑어봤다. 습관작으로 내 아들 아이작이 쓴 책이 있는지 찾아봤다. 그러면 그렇지, 있었다. 게다가 한 권도 아니고 네 권이나. 늘어선 책등을 손으로 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