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서평 몇 개를 보게되었다. (서평단 기한이 임박해지면 같은 책의 서평이 주루룩 올라오게 된다.) 수려한 글솜씨로 어쩜 이렇게 멋지게 요약하여 적어냈을까 싶은 서평부터 ‘이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았군!’이라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서평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채경 천문학자’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 없이 ‘천문학자는 어릴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을거다’라는 추측으로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심채경 박사님을 비롯한 꽤 많은 과학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려서부터 그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꿈을 키워나가다 과학자가 된 경우는 드물없다. 그냥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다가 어느 순간에 ‘아 이거 재미있네?’하고 빠져들면서 그쪽 계통의 학과를 선택하기도 하고, 다른 공부를 하다가 느닷없이 전과를 하여 이 분야를 선택했던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적으로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하면 찾아서 알아내려는 성향이 강했다. 사실 이것이 과학자의 기본 조건이 아닐까?
심채경박사님의 자서전과도 비슷한 이 책은 그녀가 과학자가 된 계기부터 학부생활, 연구원 생활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천문학자의 책이라서 천문학에 관한 지식과 소식들이 대부분인 여타의 지식책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과학책보다는 에세이. 특히나 철학적이면서 시적인 내용이 다분하다.
별과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연구생활의 실직적인 고충들을 들려주며 그녀의 강단있는 가치관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알쓸인잡 에 출현해서 보여준 그녀는 매우 긍정적인 사고관을 지녔으나 자기만의 주관이 확고한 내강외유의 학자였다.
이 책의 제목인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에 박사님의 어떤 생각이 들어있을지 생각하며 읽었다. 그 해답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준다.
“요즘은 우주탐사선 자료를 쓰고, 직접 관측하더라고 CCTV를 보며 원격으로 망원경에 명령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게 온몸으로 관측하는 일이 드물다.” (p.131)
그녀는 진로를 고민하는 천문학과 학생들에게도 ‘별을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 고된 박사과정을 버텨낼 자신이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와 행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지만, 인류가 바깥 천체를 마음대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크게 공감이 갔다. 이 우주를 사랑하고 아낄 때, 우리 인간도 잘 살아갈 수 있다. 공생해야만 한다.
여성 천문학자의 책을 읽으니 어릴 적 내 꿈이 생생히 떠오른다. 별을 좋아해서 용돈이 생기면 별자리 책과 우주과학 소설책들을 사모으곤했다.
지나간 과거가 아쉬움으로 가득찰 뻔했는데 나는 이 문장 때문에 무거운 마음을 탈탈 털어내고 희망을 품게 되었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