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인간적이어서 친근함마저 든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
<코끼리>를 읽을 땐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괴로웠다. 내가 어린시잘부터 제일 두려워했던 인생이 <코끼리> 화자의 인생이다. 가족에게 빨대 꽂힌 채 자신의 인생 없이 살아가는 인간. 어쩌면 내 인생의 모든 노력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대의 경우도 본인의 인생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인생인데 이상하게도 다 그들의 삶이나 생각이 이해가 된다. 레이먼드 카버의 글이 누구나의 삶을 그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특정한 누군가의 인생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쓴 레이먼드 카버의 문장 덕분일까.
그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