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때로 그 일과 아주 멀어졌으며 그럴 때는 마치 그 일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나는 조금 소름끼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결국 그 일이 내게 일어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일은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그 일은 참혹하고 불운한 일이었지만 내게 일어난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겪은 일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안 표현인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게 때때로 찾아오는 이 강렬한 죄책감, 그것이 찾아올 때마다 느껴지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통증은, 그 아이를 떠올리면 밀려오는 발작적인 비애는 대체 뭐란 말이지? 나는 감각과 무감각,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