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어쩐지 구원이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 느닷없이 머릿속에 희미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을까? 그런 게 정말 가능할까? 그때의 나는 다소 희망에 찬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내가 그 단어를 떠올렸던 이유는 실은 지원과 내가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는 증거였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들이었던 게 아니라 마침 구원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