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애초부터 대한민국에서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대학원을 얼쩡거리는 사람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는 종자들이라는 것을 교수님들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인생 고민을 잘 들어주시지만 결론은 늘 '알아서 해라'인 교수님 덕분에, 인공위성 추적팀에 있던 내 책상은 '행성방'으로 옮겨 갔고, 모니터 속 스펙트럼은 목성으로 토성으로 혜성으로 옮겨가며 태양계를 종횡무진했다. 관측자료 처리는 학부생 수준에서도 성실하기만 하면 할 수 있었고, 그저 엉덩이 붙이고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일, 조금 전까지 137번쯤 해봤던 것을 138번째 다시 해보는 따위의 일은 내 적성에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