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소설을 읽으며 퉁명스럽고 무뚝뚝하지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여인 올리브에게 한 눈에 반해.. 이후로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은 무조건 챙겨보게 되었다. 루시 바턴 시리즈는 총 세권이 출간되었는데, 루시 바턴이 화자로 등장하는 건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 윌리엄!>두 작품이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단편 연작소설로 루시 바턴의 가족들을 비롯해 동네 이웃들까지 그녀의 삶과 교차되는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작품이다.
이번에 만난 <오, 윌리엄!>은 루시 바턴이 일흠에 접어든 전 남편 윌리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윌리엄은 결혼해서 20년을 함께 살았고, 헤어진 후 각자 재혼했지만 두 딸을 함께 키우며 일상을 공유해온 친구같은 존재였다. 과거를 돌아보는 루시의 여정은 서로가 얼마나 달랐는지에 대해서, 그들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그들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이상한 관계에 대해서 보여준다. 담담하면서도 사려 깊은 문장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상실과 결핍에 대해서,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것인지, 인간이란 자기 자신조차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기쁨을 찾고,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