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특정 역할로 평생을 살다가 급작스럽게 이 정체성을 빼앗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지? 우리는 톨스토이의 소설 속 주인공 이반 일리치처럼 자신의 삶 전체가 거짓말이었음을, 심지어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거짓말이었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유한성에 직면한 사람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배우처럼 자신의 여갈을 더욱 기꺼이 폐기한다. 어쩌면 이반 일리치처럼 우리도 해방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순간이 너무 늦게 왔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