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가 흐른다. 정말이지 피 같은 시간이다. 아직도 비행을 계속하고 있을까? 일 초 일 초마다 가능성이 사라져간다. 흘러가는 시간은 곧 파괴를 의미한다. 이십 세기에 걸친 시간이 사원을 스쳐지나가면서 화강암 속에 길을 내 그것을 먼지로 만들어버리듯, 일 초 일 초 흐를 때마다 마모의 시간이 쌓여 승무원을 위협한다.
매 순간이 무언가를 빼앗아간다.
파비앵의 목소리, 파비앵의 웃음, 파비앵의 미소를 앗아간다. 침묵이 쌓인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침묵은 바다의 무게처럼 이 승무원들을 짓누른다. - <야간비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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