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은근슬쩍 눈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그런 시선에 수치심을 느꼈고, 두려운 표정으로 자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의 모든 것이 그녀를 거부하는 듯했다. 시체를 밟고 나아가듯 자기 일을 계속하는 저 사람들, 인간의 목숨과 고통이 몰인정한 숫자의 잔재로만 남아 있는 저 서류들. 그녀는 파비앵에 대해 말해줄 만한 표시들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집에서는 모든 것이 남편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반쯤 젖혀진 침대 이불, 끓여놓은 커피, 꽃다발…… 그러나 여기서는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동정과 우정과 추억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 <야간비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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