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기들은 어디선가 여전히 투쟁중이었다. 야간비행은 밤새 지켜봐야 하는 질병처럼 계속되었다. 손과 무릎,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어둠과 싸우는 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바다에서 헤쳐나오듯 맹목적으로 두 팔을 휘저어야 하는 이 사람들을 도와야 했다. 가끔씩은 " 내 손을 보려고 불에 비춰보았는데....." 라는 식의 참담한 고백을 듣기도 했다. 붉은 현상액 속에서 드러나는 부드러운손. 그건이 바로 이세상에 남아있는 것이고, 우리가 구해내야 하는 것이다.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