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선사가 준 쪽지를 펼쳐보았다.
“여기가 어디죠?”
파비앵도 여기가 어딘지를 알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도 바쳤을 것이다. 그는 대답했다. “몰라요. 우리는 지금 나침반에 의지해 뇌우를 통과하고 있어요.”
그는 다시 몸을 숙였다. 불꽃 다발처럼 엔진에 매달린 배기관 불빛 때문에 눈이 시렸다. 그 불빛은 너무 희미해서 달빛에 묻혀버릴 정도였지만, 빛이라곤 전혀 없는 세상에서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흡수했다. 그는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바람 때문에 횃불의 불꽃처럼 거세게 타올랐다. - <야간비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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