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그는 온전한 삶을 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촉했다. 마르쿠스는 자신의 냉장고 메모를 출판할 생각이 없었다. 혼자 보려고 쓴 것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마르쿠스의 생각을 읽는다기보다는 엿보게 된다.
나는 그렇게 엿본 내용이 좋다. 마르쿠스의 솔직함이 좋다. 마르쿠스가 자신의 두려움과 취약함을 드러내며 종이 위에 스스로를 벌거벗겨놓은 방식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남자가 여기서는 자신의 불면증과 공황발작, 좋게 말해 형식적인 애인으로서의 모습을 털어 놓는다. 마르쿠스는 모든 철학이 스스로의 유약함을 깨닫는 데서 시작한다는 스토아 철학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