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단단하지 않을 때, 자아가 만들어 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면,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건 너의 선택이었다고 가스라이팅을 한다면. 그리고 그게 15살이었다면? 15세의 나를 생각한다. 무언가 불만이 많지만 이유를 모르겠고, 부모님의 말은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이 가장 중요하지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다면? 흔들리는 그를 발견하고 나야말로 너를 알아보는 바로 그 사람이야라고 말해준다면. 누구든 넘어가고 말았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마이다크바네사. 바네사의 다크함을 발견하고 그 다크함을 자상함으로 파고들고 꾀어내어 그녀의 인생을 마치고만 스트레인. 안타깝고 힘겨웠다. 아무리 옆에서 도와주려고 힘차게 외쳐도 이게 이미 자신의 삶이 되어 버린 바네사이기에 스트레인이 자신에게 행한 만행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한다는 강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그리하여 그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그녀는 그 속에서 나올 수 없다.
작가는 바네사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기다려준다. 안타까워하면서 답답해 하면서 그 마음 속으로 같이 들어가며 긴장하면서 읽어나갔다. 바네사가 자신의 시간대로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 누구의 속도도 아닌 자신의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