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암을 선고받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내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귀찮아했지만. 출판사 편집자가 되고나서, 한 회사를 책임지고 나서 아내에게는 그 일이 이 세상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이틀이나 사흘씩 책상머리를 떠나지 않을 때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러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죽을병이 들었고 그제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기꺼이 함께 걸었고, 아내는 그렇게 함께 지낸 삼 년이 가장 향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