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일회용 도구를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부엌일을 시켜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한 도구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일회용을 삼사회용으로 쓰려고 애쓰긴 해야 하겠지만.
부엌을 늘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일이 끝이 없다. 쉬지 않고 먹고 마셔야 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한. p.143.
주스를 다 만들고 마음이 언잖다. 담아서 가져다줄 예쁜 병이 없다. 온 집 안을 뒤져 보았지만 없다. 어쩔 수 없이 미운 병에 담았다. (중략)
'작고 예쁜 유리병 세 개."
그 글자들 위로 아내의 얼굴이 겹친다. 망고 주스를 마실 때 눈가를 스쳐지나가던 순간적인 희열과 반짝임... 얼마 만인가, 고개를 들고 애기처럼 웃었다. 바로 이 맛이야. 살 것 같아.
이 기억도 세월과 함께 바래겠지. 지금 이 아픔과 함께. 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