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커서 모두가 회사원이 되는 줄 알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 외에도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보고 배웠다. 하지만 그 직업의 범위에 용접공은 없었다. TV나 인터넷에 나와야 "아 그렇지, 저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 하고 스쳐지나가듯 생각하는 정도. 나는 어느새 (챌린지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4년제 대학 졸업+수도권 거주'라는, 흔히 말하는 청년의 디폴트값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왜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나 하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부끄러웠을 정도로.
이 책을 읽는 것은 그 부끄러움을 직면하는 일이었다. 성인이 되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것은 너무나 한정적인 범위에서만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는 정치인들과 언론이 말하는 '청년 세대', 'MZ세대'라는 용어(구체적으로는 그 안에 담긴 담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용어 사용에 일조했던 것이 아닌지.
북토크에서 작가님은 여러 번 말씀하셨다. 세상에 냉소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아마도 이 책은 냉소하지 않기 위해 한 자 한 자 꾹꾹 써 내려간 기록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시 한번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간 바뀌지 않는 세상을 보며 냉소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나. 한때는 냉소하는 태도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냉소와 냉정은 다르다. 나는 그저 편한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어차피 그래 봤자 바뀌는 건 없어"라며 문제를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그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고. 냉소할 시간이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하고 도전하라고.
노동 현장의 부조리함과 개선되어야 할 점을 거침없이 고발하고 문제 제기하는 책임과 동시에, 이 책은 정면돌파와 도전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돕는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냉소하지 말자. 디폴트값이나 용어에 매몰되는 삶을 살지 말자. 오랜만에 정말 뜨거운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