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폭력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롤리타]처럼 어린 여자를 환상적인 존재로 표현해서 남성에게 성적 환상을 일으키는 것처럼 묘사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작가가 [롤리타]를 읽고 느낀 감상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였다.
나는 그를 사랑했으니 이건 성폭력이 아니야,라고 말해야 하는 버네사의 이야기를 보며 트위터에서 한참 그루밍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돌던 때가 기억났다.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에 연애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쪽과, 그렇게 극단적으로 볼 일은 아니고 둘의 나이차가 적다면 연애일 수도 있다는 쪽이 있었다. 열다섯과 40대가 아니라 열다섯과 스물이었으면 그건 사랑일까... 이 또한 단순한 의견일 수 있겠지만 그루밍 성폭력에서는 스킨십이 중요한 문제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스트레인은 버네사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아껴주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목적이 그것이었으니... 미성년자에게 육체적 접촉을 통해서 친밀감을 쌓고, 애초에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없는 사이에 괜찮아? 해도 돼?라는 말로 동의를 구했다고 우기는 것이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여기서 버네사가 겪은 성적인 행위를 자세하게 표현한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버네사가 자신이 당한 것은 폭력이 아니고 사랑이었고 자기가 원한 것이었다고 생각한 이유에 성적 쾌락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서 '사랑'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더이상 롤리타가 생기지 않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많이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