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완독을 실패했던 책, 몇 년이 지나서야 완독하게 되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인데 그간 왜 안 읽었던 거지?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던 책. 이틀 만에 완독했다.
분명 영화를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고 박진감 넘쳤다. 특히 에릭의 절절한 사연을 들을 때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도 많이 생각났고(그 소설에서도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 괴물에게 더욱 과몰입을 했었지...), 도대체 삶이 에릭에게 왜 이토록 가혹한가 안타깝기도 했다. 에릭이 저지른 수많은 끔찍한 짓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책.
그리고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홀경의 감각(주로 크리스틴이 빠지는)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자주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물론 소설의 후반에서 에릭이 고안한 장치와 속임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눈속임에 불과했을까 하는 물음표가 남는다. 크리스틴과 에릭(음악 천사) 사이의 관계에 과연 환상적 순간이 전혀 없었을까? 여러모로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