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점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뿐만 아니라 깊은 속사정까지 독자로 하여금 알게 하여 새로운 감상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극단적인 의미의 저주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물론 그가 현실이 아닌 소설 속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인이나 감금 등 끔찍한 짓을 다수 저지르기는 했으나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사연도 가지고 있으며,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지점일 것이다. 비슷한 예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들 수 있다. 그 괴물 역시 흉측한 외모를 지녔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절절한 사연 때문에(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말솜씨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을 매료시키니까. 이 작품들은 이렇게 '사연 있는' 유령이나 괴물이 아니면 애초에 쓰일 수 없는 작품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저주하는 마음보다는 에릭이라는 한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