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계속 의문을 가졌다. 아니, 이 재밌는 책을 왜 예전엔 지루하게 읽었지?
그때와 지금은 나이 앞자리 수도 다르고 경험치도 늘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일 테다.
고리타분한 관습에 민감했던 당시에는 한사상속 제도 상황 보다 모든 인물들이 결혼이라는 목적지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현대에 와서까지 읽어야 하나, 구태의연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함축적인 글을 좋아했던 때라서 넘쳐나는 대사와 비꼬는 말투 등도 달갑지 않았던 게 떠오른다.
그 달갑지 않던 대사들이 이번에는 재치와 위트로 읽힌다. 여성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갇혔던 당대 상황에서의 엘리자베스란 캐릭터는 얼마나 통쾌한가. 전혀 호감 가지 않았을 제인에게서도 현명함과 지혜를 발견하니, 역시 책이야말로 시절인연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이렇게 감상이 달라진다.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렇지, 이 재미에 소설 읽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