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을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읽을수록 속도를 낼 수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초반에는 가벼운 위트마저 겸비된 레시피로 술술 읽혔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차 한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 시작하면서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분명히 마늘을 다지고 파를 ‘쫑쫑’써는 장면인데도 자꾸만 요리하는 작가의 뒷모습이 눈에 밟히고 그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하게 되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짐작한 것은 ‘짐작’일 뿐. 어찌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나. 힘든 와중에도 이렇게 글로 아내와의 시간을, 고독했을 혼자만의 시간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 헤아릴 수 없을 무한대 같은 인간의 마음일지라도 책을 통해 0보다는 1만큼이라도 엿보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