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당했어요. 물리적인 공격을 받은 건 아닌데, 제가 들리도록 교묘하게 뒷담화를 하고 좋지 않은 소문이 돌더라고요. 저희 반에서 저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몇 명의 아이들이 아래층에 있는 이과반에 가서 쉴새없이 저에 대한 험담을 나눴나봐요. 그 반에 있던 제 친구가 울면서 알려준 그 날, 저는 처음 알았고요! 저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저를 모르는데 그들이 하는 말들은 기정 사실화가 되었어요. 그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일진, 그러니까 권력과 입김이 센 아이들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알려준 제 친구를 원망했어요. 차라리 몰랐다면 저도 모른 척 지나칠 수 있지 않았을까, 괜히 알아서 제 모든 행동 하나, 말 하나를 검열하게 되고 혹여 누군가 나를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을까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결국 대인기피증까지 온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위클래스(교내 상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이유를 몰라서 저를 탓하기 바빴던 날들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어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저를 탐탁치 않아 했던 이유가 뭐든 잘하는 제가 모든 선생님한테 예쁨 받고 자신들의 어떤 노력에도 저만 돋보였기 때문이더라고요. 저는 그 뒤로 저를 감추기 바빴어요. 그저 어디서든 튀는 저를 숨기고 싶었는데, 잘 하는 것도 못하는 걸로, 좋아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걸로, 내 의사는 전하지 않는 걸로 눌러 담다 보니 이제는 저를 잃어버렸네요. 그냥,,, 조용하게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를 찾는 일이 지금까지도 힘든 걸 보면요. 한 없이 낮아지는 자신감과 저를 사랑할 수 없는 모든 시간들, 검열로 채워지는 완벽주의를 향한 강박, 뭐 그런 것들만 남은 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