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p. 대다수가 '누린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할 요소들이 내겐 기간제 상품이었기에,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취업을 해야했다.
19p. 대학을 강요하는 세상이 못마땅했다.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사람 착하고 몸 건강하며 상식 있는 것만으론 부족한 걸까.
46p. 온전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을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49p. 스무 살. 나는 너무 빨리, 너무 잘못 철이 들어서, 가난과 상처의 껍질 속에 불안과 소심을 감춘 채 친구면 족하다고, 연인이 된면 불행하기만 할 뿐이라고 자신을 속였다.
103p. 바늘구멍 사이에도 볕은 드는 법일까. 성층권 끝까지 닿아 있는 것 같았던 빚의 장벽을 넘어설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116p.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브,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 하루라도 일 안하면 난리 나. 저기 서울대 나온 새끼들이 뭐하는 줄 알어? 서류 존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따먹기만 하고, 땅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
221p. 그저 세상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나이 먹어갈수록 미래가 점차 불안해져만 갑니다 그간 노력하지 않았기에 이런 삶을 응당 감내해야 하는 겁니까?
222p. 오로지 내 선택만으로 고른 장소에서, 내가 고른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 성장해왔던 나날. 그 시간을 그저 대여받았을 뿐이며 이젠 반납할 때가 되었다고 통보받은 것 같아서, 잘된 일이라며 다행이라 말씀드렸지만 슬펐다.
226p. 산재, 저임금, 인간관계의 삼각형 감옥이 내 가슴을 죄어왔다.
246p. 우리가 공장 바닥 전전하며 보낸 이십대는 그저 통장에 찍힌 얄팍한 숫자 따위가 대표할 수 없다. 사회에서 '못 배운 놈년들'로 통칭당하며 냉소와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는,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항한 결과,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