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애정에는 고마운 마음, 그의 심성에는 존경심이 들었지만 그렇더라도 그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따. 한순간이라도 그의 구애를 거절한 일을 후회하거나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과거 자신의 행동이 지속적인 분노와 후회를 자아내는 원천이었고, 가족들의 참담한 결점은 더더욱 원통했다. 그 결점은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비웃는 데 만족하시고 거칠고 경박한 동생들의 행동을 좀처럼 제지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바른 처신과는 한참 거리가 먼 엄마는 뭐가 잘못인지 아예 몰랐다. 그녀는 제인 언니와 힘을 합쳐 캐서린과 리디아의 경솔한 언행을 막아보려고 수차례 애써봤지만 엄마가 이들의 응석을 다 받아주니 나아질 리 없었다. 나약하고, 신경질적이고, 리디아가 하자는 대로만 하는 캐서린은 언니들이 충고하면 대들기 일쑤였다. 고집불통에다 경솔한 리디아도 언니들의 얘기를 좀처럼 듣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