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 6일, 예고한 대로 첫서재의 문이 닫혔다. 당혹(?)스럽게도 나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 소식을 먼저 접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코로나의 여파인가, 개인사정인가? 어쨌든 나는 아직 못가봤는데!!! 내적 외침만 남았더랬다.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펼친 책에서는 의외의 이야기들이 줄줄 나왔다. "태어난 순간부터 시한부를 선고받은 운명"이었던 첫서재는 방송기자 출신 저자가 휴직 후 10년 동안 일한 자금을 20개월을 위해 털어(?)넣은 공유서재였다. 게다가 운영방식 또한 남달랐다. 첫다락의 숙박비는 5년 뒤에 무언가로, 공간값은 수신인이 분명하지만 부칠 수 없는 편지로 대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첫서재의 탄생부터 볼 수 있었는데 그건 이미 영업 종료된 공간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는 효과와 같았다. 정해진 끝을 이미 알면서도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마법이 책속에서는 언제든 가능했달까.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언제나. 그곳은 초보 서재 지기님의 고군분투하며 공간을 탄생시키는 장면부터 방문하는 손님을 맞이하고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는데 나는 마치... 신생아를 돌보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일단 초보라는 점과 안절부절, 조심스럽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양껏 담겨 있던 모습에서? 일상에 작음 소음마저 손님들의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까지도. 그런 마음에 이어 손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도 첫서재라서 다행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공간도 서재지기도, 발걸음하는 손님들도 몽글몽글한 선한 인상이 닮은 듯이 보였으니까. 분명 읽었다는 행위를 했는데 본 것 같네?
며칠 전, 독파에서 줌토크에 참여했는데 서재 지기님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첫서재의 분위기와 닮았다고 알아차렸다. 긴장된 미세한 떨림이지만 단단하게 와닿는 울림이 좋았다. 유성원 편집자님이랑 미리 리허설도 했다며 첫서재 랜선투어도 시켜주셨는데, 그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들떠서 춘천에 가 있을 수 있었다. 내심 볼수록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만 커지는 게 아닌가 심술이 돋을 때엔 한권의 책으로 남은 첫서재는 언제든 내곁에 있으리라는 걸 잊지 않기로 다짐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