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고즈넉한 풍경 한편에 자리잡은 <첫서재>는 시한부 공유서재이다. 주인인 남형석 작가님이 10년 다닌 회사를 휴직하고 쉬는 20개월동안 운영하기로 한, 시작할때부터 끝나는 시점이 정해진, 그래서 더 애틋하고 다정한 서점이기도 했다. 서점이 생기던 시점부터, 돈이 아닌것들을 받는다는 것이 어떻게 실현되는 건지 너무 궁금했고, 꼭 한번 가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결국 올해 10월 마지막날에 문을 닫을 때까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책을 읽으면서 더 사무쳤다..
작가님에게는 휴직기간이 끝나면 돌아갈수 있는 기자라는 든든한 생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보장된 미래가 있더라도 눈앞의 이득을 포기하고 미래에 투자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첫서재>의 다락에 위치한 <첫다락>에 머무는 손님들에게 숙박비를 받지않고 5년후에 돈이 아닌것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 조건없는 애정과 다정함이 얼마나 애틋한지! 치열한 취재현장을 뛰어다니던 기자의 마음속에 이렇게 따뜻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첫서재를 열기까지, 첫서재를 운영하면서,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아주 따뜻한 책이다. 비록 그곳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에서 보았던 휴남동 서점이나 책들의 부엌과 같은 공간이 현실에 존재했다는 것이 참 기분좋았다. 첫서재는 끝이 났지만, 그곳의 다정한 기운을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빛을 내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괜히 흐뭇해지기도 했다. 제2, 제3의 첫서재와 같은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그리고 언젠가 나도 그곳에서 책을 읽을수 있기를, 하는 기대에 설레는 마음으로 첫서재를 마음에 깊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