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가 일해 나갈 곳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 파란 작업복은 하얀 와이셔츠로 바뀌고, 메꾸어 나가야 할 공백은 철판과 철판 사이에서 지면과 지면 사이로 바뀐다. 하지만 돌아오리라. 내가 지나쳐왔던 세상. 담배 냄새와 절삭유 냄새로 찌든 곳. 차가운 금속과 뜨거운 불꽃의 감촉이 공존하는 곳. 비지땀 흘리며 뿌듯했던 하루도. 죽살이에 벅차 힘겨웠던 하루도. 이내 박걸리와 소주로 씻어내고선 내일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래 이제 과거 같은 번영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지금은 비록 돈 벌러 떠나지만, 언젠가는 이들의 품속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리라. 돌아와서 고향을 위해 내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비록 몸은 다른 곳에 있을지라도 오늘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쇳밥꾼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