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다만 첫서재는 태어난 순간부터 시한부를 선고받은 운명이다. 2021년 봄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단 스무 달만 문을 여는 탓이다. 서재지기는 다니는 회사를 휴직한 뒤 연고도 지인도 없는 소도시로 내려와 가게를 차렸다. 스무 달의 휴직 기간이 끝나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십 년 넘게 직장 생활하며 번 돈을 스무 달 동안 다 쓰기로 작정하고 육십 년 묵은 폐가를 고쳐 세상 무엇과도 닮지 않은 가게를 꾸렸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십 년 넘게 반복되던 업무의 틀 바깥에 잠시 누워 그림책 속 생쥐 ‘프레드릭’처럼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_p.9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