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가 들어 있는 어항에 다른 물고기를 넣는 상상을 했다. 강이는 운명처럼 싸우고야 말 것이다. 강이가 죽거나, 다른 물고기가 죽거나,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강이에게 거울을 보여주지 않는 상상도 했다.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강이는 곪아갈 것이다. 곪아가고 곪아가다가 어느 날 물위로 떠오를 것이다. 강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일지도 몰랐다. 어항 속에서 혼자 살도록, 평생 거울과 함께 살도록,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다. 투어로 태어난 강이는 원래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했던 걸까.
강이는 물풀 뒤에 숨은 채로 나를 밤새도록 보았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던 소영이나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린 아람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이불에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텅 빈 방으로부터 나를 숨기려 했다. 그러다 이불을 박차고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하기도 했다. 물이 뚝뚝 떨아지는 내 얼굴을 거울속에서 발견할 때마다, 이마에 핏대가 서고 숨이 거칠어졌다. 나는 강이에게 다가가 손거울을 보여주었다.
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