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면 아무 희망이 없다. 삶이 죽음과 다를 게 없다. 즐거움과 행복함, 기쁨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어야 한다. 희망이 없다면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p.119
그날따라 창으로 비쳐든 햇살이 눈부셨다. 봄이 활짝 다 핀 것 같았다. 참 따뜻했다. 아내는 다 나은 사람처럼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들은 폭풍흡입하면서 연발하던 '정말 맛있다'를 다 먹은 뒤에도 몇 번 말했다.
우리 가족은 마주보며 웃었다.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무항생제 대패삼겹살의 효능은 기억까지 없애버렸다. 그 전날 혼수상태까지 갔던 끔찍한 폭풍의 흔적과 곧 다시 찾아올 지독한 폭풍마저도. p.126.
말이나 글은 태생적으로 과장된 것이다. 이 이야기도 '일관성'과 '선택'의 문제 때문에 과장된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식구들이 읽으면 분명히 그럴 것이다. 나에게는 그럴 의도가 조금도 없지만.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