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그래서 니가 중요한 거야. 쇳밥 얘기를 먹물들 알아먹게 쓸 수 있으니까"
근 몇년간 "천현우라는 사람은 귀중하다"라고 말한 사람들은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 통장이며 부동산에 박아둔 돈은 제각기 다를지언정 모두가 좋은 직장과 학벌을 가진 이들이었다. 마산에서 얌전히 용접만 하고 살았다면 평생 볼 일 없었을 사람들의 환대와 존중은 기쁘고도 불안햇따. 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 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 부리는 간신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아저씨의 고마운 덕담에 최근 들어 점점 무게를 불려나가던 걱정의 무게가 훌쩍 줄어들었다. 나는 마치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의 초짜 노가다꾼의 눈을 하고 물었다.
"내가 잘할 수 있겠으예?"
"하모, 당연하지!" p.284
천현우의 <쇳밥일지>을 읽고 나서 시사기획 창 "이십대 생존 비망록"을 봤어요.
얼룩소 수석 에디터 천관율님이 제일 먼저 들어오더라고 . 현재 천현우님이 일하는 곳으로 오게 만든 장본인이라 그랬나봐요.
청년들의 삶을 무엇이 결정하나: '공부방 계급론의 탄생'을 지켜보면 29세 청년 천현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현재는 32살이시고요)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의 말처럼 "어느 세대보다도 세대 내부적으로 갈라져있다"라는 말씀과 화면에 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시사in을 구독하는 독자로서 천현우님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네요.
2021년에 영케어러 조기현 작가님의 <아빠의 아빠가 되다>와 <새파란 돌봄>을 읽고 , 영케어러의 현실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처럼
<쇳밥일지>를 통해 서울이 아닌 소도시 지방에서 용접공 12년 생활의 기록을 보며 또 다른 청년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은주'와 '초원'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었어요.